팝업 공간은 말 그대로 아주 짧은 순간 동안만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실제 그곳에 가볼 수 있는 시간은 단 며칠, 길어야 1~2개월이죠. 그래서 잠깐 방심하거나 망설이면 놓치게 됩니다. 며칠 전 끝난 '마블 : 더 리플렉션' 전시도 그렇게 놓치고 말았죠. 팝업에 대한 정보를 일찍 알기라도 하면 그나마 기회가 있는데 어떤 경우는 이미 팝업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정보가 나에게 들어오기도 하죠. 그래서 팝업 정보들만 집중적으로 소개해주는 곳들이 요즘 부쩍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헤이팝이나, 팝업스토어가자, 해피커, 오드33 같은 곳들이죠
팝업 공간 경험은 그야말로 3차원의 경험이고 나중에 수많은 인증샷들이 남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흥은 그 공간이 사라지고나면 다시 체험할 수 없게 됩니다. 근데... 그게 당연한 걸까요?
얼마 전 끝난 팝업 전시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전은 오프라인 전시가 시작된 시점부터 온라인 상에 디지털 트윈 전시를 열었고, 현재 오프라인 전시가 끝난 시점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바로 온라인 전시로 연결됩니다) 보통 이런 온라인 전시가 전체 전시 경험의 일부만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이 전시는 오프라인에서 봤던 모든 경험을 충실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더군요. 다량의 360실사 사진을 바탕으로 3D 공간을 구축하는 매터포트 스타일의 전시에 만족감을 느꼈던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이 정도면 오프라인 팝업 전시의 아카이빙 역할은 충분하겠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일은 구찌만 할 수 있는 걸까요? 점점 더 쉬워지고 값싸지면서 품질은 좋아지고 있는 3D 공간 구축 방법들의 도움을 받아 팝업 공간에서 내뿜는 분위기를 훗날에도 체험할 수 있도록 고스란히 VR로 담아내는 시도가 더 많아질 수는 없을까요? 잠시나마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버추얼 전시들이 오프라인으로의 귀환 시대를 맞아 더 발전하기를 멈춘다면 분명 아쉬운 일일 것입니다. '3차원의 경험을 3차원인 채로 고스란히 보관해 둘 수 있다'는 VR의 명백한 장점으로부터 굳이 눈을 돌릴 필요가 있을까요?
바로 어제, 전편 개봉 후 무려 13년 만에 나오게 되는 영화 <아바타 2>의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마침내 12월 16일 영화가 개봉된다는 것도 다시 한번 확인해줬죠. 아바타 시리즈는 2~5편을 동시 제작하기로 했고 2028년까지 2년 간격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이야 말로 '체험으로서의 영화'를 대표합니다. 이 작품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직접 나비족들의 삶과 아바타 행성의 자연환경을 느껴보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전편은 '아바타 행성'의 경험을 관객들에게 좀 더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한동안 잊혀진 기술이었던 '입체 영화'를 부활시키는 선택을 했었죠. 그 결과 이 작품을 계기로 2010년대 초반 입체영화 붐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입체 상영시설 도입에 망설이던 멀티플렉스들도 결국 이 작품 때문에 설비 투자를 하게 됐었죠.
그래서 전 <아바타> 후속편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 누구보다 신기술 도입에 관심이 많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과연 VR을 활용할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2019년 <라이온 킹>을 통해 할리우드 VR 개척자로 자리잡은 존 파브르 감독과 제임스 카메론이 나눴던 대화, 그리고 2021년 MS의 홀로렌즈 소개 행사 때 제임스 카메론이 AR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죠. 하지만 이번 트레일러 공개 시 이와 연관된 내용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바타> 시리즈가 완결될 2028년까지 '체험 미디어'로서의 주도권을 두고 영화와 VR이 좀 더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2028년 무렵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저를 포함한 팬들이 '아바타' 행성을 직접 방문해서 온 몸으로 그곳을 느낄 기회를 얻게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정보] 이미 시작된 & 곧 시작될 이벤트들
가상이상 시즌 2 (5/12~28)
드디어 이번 주 목요일 시작됩니다. 현재 VR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이머시브 스토리텔링 작품들을 한국어로 편하게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유니티 웨이브 2022 (5/9~13)
벌써 시작했습니다. 2019년 이후 다시 오프라인으로도 열리는 행사. 당시 넘쳐나는 인파를 보며 유니티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놀랐던 행사. 배움의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