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멀티버스 뿐 아니라 멀티 페르소나에 대한 공포도 있습니다. 다중인격, 혹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 불리는 질병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가 있죠. 마블이 <닥터 스트레인지 2>와 같은 시기에 내놓은 또 하나의 슈퍼 히어로물 <문나이트>에서 바로 이 이슈를 다룹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내 안의 또 다른 인격이 내가 모르는 어떤 일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다중인격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공포는 이것입니다. 마치 술 먹고 필름 끊겼을 때나 수면 마취를 했을 때 내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것에 대한 공포와 거의 같죠.
그러다 이 드라마 속 주인공은 자신 안의 여러 인격들과 대화하고 공존하는 법을 알게 됩니다. 여러 인격들이 공존하면서 나에게 닥치는 상황에 가장 적합한 인격을 꺼낼 수 있는 건 오히려 엄청난 장점이 될 수 있죠. 이건 마치 앞서 언급한 멀티버스에서 한 사람이 여러 멀티버스의 페르소나들을 동시에 살아나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합니다. 내 안에 있는 여러 인격이 동시에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면요? 반대로 여러 인격이 서로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면요?
결국 ... 메타버스 경험, 혹은 ixi 경험의 핵심에 인간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의 문제가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메타버스 경험을 디자인 할 때, 그것이 기존 인간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기존 인간 관계를 손상시킬 위험이 있는가, 또는 인간 관계를 긍정적으로 확장시킬 가능성을 제공하는가)를 고려하는 게 너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만약 그게 고려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 경험은 결국 '공포' 소재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