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에는 메타버스에 대한 다음과 같은 언급이 나옵니다.
"저는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메타버스가 뭔지 설명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많이 알려졌지만 그걸 이해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별로 없다는 거죠. 그래서 애플은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쓰는 대신 'AR'이라는 단어를 쓰는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AR에 대해서는 매우 낙관적입니다. "미래의 가장 큰 기술적 약속"이고, "지금 스마트폰이 없던 삶이나 인터넷이 없던 삶을 되돌아보는 것처럼 곧 'AR이 없던 삶'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며, 심지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했으니까요.
저는 팀 쿡이 공식 석상에서 이 정도까지 AR에 대해 낙관적으로 말했다는 게 오히려 더 기사꺼리가 되야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편 팀 쿡은 VR에 대해서는 명백히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VR은 당신 자신을 완전히 몰입시킬 수 있는 무언가이고 좋은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람들이 평생을 그렇게 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결국) VR은 일정시간만 쓰는 용도일 뿐, (상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수단은 아니다"
VR만으로는 휴대전화를 대체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되긴 어렵다는 뜻이죠. 하지만 이 사실은 (저를 포함해서) 모든 메타버스 낙관론자들도 이미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휴대전화를 대체할 만한 경험은 VR과 AR을 아우르는 경험이죠. 그래서 xR이라 부르구요. (3차원 인터넷이라 불러도 됩니다) VR과 AR이 서로 다른 기술, 혹은 제품/서비스가 아니라, 하나의 기술로 구현 가능한 경험들 중 일부라는 것도 (일반인들에게까진 아니더라도)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VR과 AR의 관계를 영상 콘텐츠에 빗대어 보자면 극장용 영화와 TV용 영화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고, 자동차에 빗대어 보자면 세단과 SUV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개념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그 다름을 포괄하는 상위 범주라는 게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번 팀 쿡 발언을 해석한 여러 언론의 기사 중에서 더 버지의 마지막 문장에 공감하는 편입니다.
"쿡과 스피겔, 그리고 림프가 대중적으로는 '메타버스'라는 단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애플과 스냅, 그리고 아마존은 메타가 '메타버스의 미래 동력'으로 생각하는 바로 그 기술에 대해 다양한 수준의 투자를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저커버그의 '메타버스'가 팀 쿡의 'AR'인 셈입니다. 그나저나 굳이 팀 쿡의 발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도는 (그 뜨거웠던 신드롬에도 불구하고) 정말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을 최근 다시금 하게 됩니다. 우리가 ixi에서 나누는 논의들이 더 멀리 퍼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구요. 상대적으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계신 님께서도 주변에 ixi를 많이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