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도 ixi를 담당하고 있는 최수영입니다. 얼마 전 한 미팅에서 '콘텐츠를 업으로 하는 회사라면 내부에 '콘텐츠 미션'이 서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회사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는 핵심적인 기조,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저희의 콘텐츠 미션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은 ixi를 발행하는 기어이를 '기술이 어울리는 이야기'라고 소개드리곤 하는데요. 정작 어떤 기술이 어떻게 어울리는 이야기인지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ixi 또한 '차세대 온라인 미디어에 어울리는 스토리 경험을 찾아다닌다'고 적어두었지만, 그런 스토리 경험이라는 구체적으로 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ixi에서 많이 언급했던 xR, 이머시브, 인터랙티브, 인티머시, 그리고 스페이셜 같은 단어들은 제반 미디어 환경(혹은 인터페이스)에 대한 내용이지 스토리 경험 그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애정을 고백했던 작품들, 예컨대 '벽 속의 늑대'라거나, '스타워즈 : 테일즈 프롬 더 갤럭시 엣지', '라비린토스' 혹은, VR 이머시브 연극을 표방하는 '파인딩 판도라 X', '웰컴 투 레스피트' 같은 작품들이 주고 있는 핵심적인 스토리 경험은 무엇일까요?
마땅히 정리된 용어가 없어서 어설프긴 한데, 저는 그걸 극 중 인물이 되는 경험, 혹은 극 중 세계 속 사건에 휘말리는 경험, 간단히 말해 1인칭 경험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1인칭 경험이 반드시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가 플랫 미디어를 통해 누려왔던 위치, 즉 극 중 인물들을 아주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되 극 중 인물은 관찰하는 우리를 느낄 수 없고, 우리 역시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위치(관음적인 위치)가 아닌 극 중 세계 속에 우리가 존재하고 극 중 인물들이 우리 존재를 알아채고 상호작용하는 상태에서의 이야기 경험이면 족합니다.
그런 1인칭 경험이 단지 더 재미 있어서가 아니라, 미디어로 재현된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극 중 세계에 우리 몸이 직접 개입되고, 등장인물들이 우리를 알아보기 시작하면 그 세계가 어디든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게 저는 플랫 미디어에 너무 익숙해지는 바람에 퇴화된 어떤 감각을 다시 일깨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모든 3인칭 경험을 1인칭으로 대체하는 게 옳지도 않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의 미디어 경험이 그 동안 지나치게 3인칭에 경도되어 있었다면, 이제 1인칭 경험을 통해 균형을 찾아갈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도 디즈니 ILMxLab은 이러한 관점을 그들 식으로 '스토리리빙(Storyliving)'이라 정의한 것 같구요. 저희도 '스토리리빙'이라는 개념을 써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미디어 환경에서의 1인칭 경험 추구. 그게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저희의 '콘텐츠 미션'이 아닐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