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TIME) LIVE vs. recorded
파인드 윌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이야기 경험의 핵심은 1인칭 경험, 즉 체험자가 극 중 인물이 되어 허구적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실제로 관여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이 가능하려면 체험자들이 극 중 인물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AI는 불가능하므로) 결국 배우들이 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배우들은 극 중 인물이자, 체험자들이 이 허구를 진짜 경험으로 믿게 만들 가장 핵심적인 존재입니다. 저희가 '이머시브 연극'이라는 형식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5명 vs. 10명 혹은 그 이상
저희는 이 경험이 1인칭 경험이면서도 동시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겪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길 바랬습니다. 그냥 구경꾼이 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너무 적지도 않은 적정인원을 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VRChat의 기술적 제약조건도 있었구요. 티켓 오픈 직전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저희는 이번 공연에서는 회당 5명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VRCHAT vs. stand alone
그렇다면 VRChat을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사실 저희는 텐더 클로우(아래 기사 참조)의 <언더 프레젠트>처럼 단독 앱을 개발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했습니다. VRChat 룩이 최선이라 생각하진 않았고 그곳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일본 아니메 풍 아바타에도 특별한 애정이 없었거든요. 이런 생각이 변하게 된 계기가 된 건 올해 초 경험한 '옥시모어' 덕분이었습니다. 옥시모어에서 활용된 룩, 그리고 화면전환 기법이라면 VRChat을 그냥 써봐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상반기 VRChat 이머시브 연극이었던 '웰컴 투 레스피트' 한국어판을 직접 제작 해 보면서 우리가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VRChat으로도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았고 우선은 VRChat으로 경험을 쌓은 후 후일에 단독 앱 개발을 고려해보자고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QUEST2 vs. pcvr
VRChat이 퀘스트와 PCVR, 그리고 Non-VR까지, 여러 접속환경을 동시에 지원한다는 것도 매력적인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두를 만족 시키려면 퀘스트2 모드로 개발을 해야 했고 가장 리소스 제한이 큰 게 퀘스트2라는 게 또 하나의 고민 거리였습니다. 퀘스트2를 포기하면 더 좋은 룩, 더 다양한 기능 구현이 가능했습니다. 월드 자체의 용량을 훨씬 크게 할 수도 있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퀘스트2로 접근할 수 없다면 접근성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생각에 퀘스트2에 맞춰 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퀘스트2 사용자 수가 전세계 1000만명 밖에 안된다지만, PCVR을 선택하는 순간, 그 절반, 아니 1/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버리니까요. 그리고 VR을 하면 할 수록 깨닫게 됩니다. 결국 실력은 최적화에서 나온다고.
WORLD vs. character
VRChat은 기본적으로 공연용 플랫폼이 아닌 사교 기능을 최우선시 하는 소셜 플랫폼이고, 따라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아바타 기능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특히 VRChat은 풀 바디 트래킹(상반신만이 아닌 하반신까지 트래킹 하는 것)을 지원하는 거의 유일한 상용 플랫폼이고 그 외 다양한 얼굴 표현도 가능해서 캐릭터의 디테일을 강조하는 쪽을 추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대표적으로 우왁굳의 이세돌이 그랬죠. 하지만 이번에 저희가 다루는 이야기는 공간 경험, 특히 다양한 공간 전환 경험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결국 한정된 자원을 캐릭터 보다는 월드 쪽에 더 많이 배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희 선택이 맞았을 지는 결국 실제 체험자들의 반응을 통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VERBAL vs. non-verbal
많은 VR 라이브 공연들이 대사 없는 논버벌 퍼포먼스를 지향합니다. 장점은 명확합니다. 글로벌 진출이 용이하고(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고), 불필요한 체험자들의 공연 방해 행동을 차단할 수 있죠. 하지만 앞서 저희가 추구하는 1인칭 경험은 상당 부분 캐릭터들 간의 대화를 통해 구축된다고 생각했기에 대화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파인드 윌리>는 체험자들이 극 중 인물로서 다른 인물들과 다채로운 수다를 떨기를 바랍니다. 수다를 통해 극 중 세계관에 더욱 몰입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WIILII vs. willy
배우 공개 오디션을 보던 8월 말까지 저희는 윌리를 Willy라고 표기했습니다. 하지만... willy가 남성의 성기를 뜻하기도 한다는 걸 알아버렸지 뭡니까. 그래서 다른 윌리 표기법을 찾아보기로 했고 저희가 고민 끝에 선택한 건 WiiLii였습니다. 극에 등장하는 회사의 이름인 이오이그(iiOiig)에서 i가 4개 들어가는 모양도 비슷하구요. 그런데 지어놓고 나니 저희가 구현해 낸 낯선 세상과 오히려 어울리는 듯해 만족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