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주인공 에블린은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최악의 상황에 쳐해 있습니다. 한 발자국만 잘못 디디면 당장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아 잔뜩 곤두서 있는데 하필이면 그때 온 인류를 구해야 한다며 당장 멀티버스로 뛰어들라는 요청을 받게 됩니다. 그 결과 기존의 일상은 뒤흔들리고 예상치 못했던 위험들로부터 간신히 살아 남으며 또 다른 균형점을 향해 나아갑니다. 관객들은 에블린의 모험을 지켜보며 그녀를 응원하기도 하고 자신 또한 어쩌면 이 우주의 또 다른 에블린일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후자의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는 게 이 영화가 가진 최대 매력 포인트입니다)
저희가 1인칭 스토리 경험을 추구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관객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모든 스토리의 주인공들은 다들 일상이 붕괴되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위험을 돌파해 나가는데, 돈을 내고 그런 모험을 할 사람은 없고, 그렇다고 그런 모험이 없다면 스토리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기에 1인칭 스토리를 쓰는 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에에원> 같은 영화를 보고 있으면 어느 새 '나라면 어떻게 행동할까'하는 생각이 차오르지 않던가요? (저만 그런가요?)
<에에원>은 개봉 전 '눈알단'으로 대표되는 과몰입 마케팅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었습니다. '눈알단'들에게는 여러 미션이 부여됐는데 그 중 하나가 '버스점프 챌린지'였습니다. 버스점프 챌린지는 극 중에서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것을 뜻하는 데 평소엔 절대 하지 않을 이상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립밤을 씹어 먹거나, 책상 아래 붙여둔 껌을 떼어 먹거나 하는 등이요. 눈알단들에게 이러한 미션을 각자 수행하고 인증하도록 했는데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열심히 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사람들, 이런 거 정말 하고 싶었구나... 그걸 느꼈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 이미 충분히 많은 에블린들이 있고 사실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라 생각합니다. 모험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도망치지 않고 그 모험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요. 그들은 다른 사람의 모험을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적당히 위험한) 모험을 직접 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만들고 싶은 건 바로 그들을 위한 모험입니다. 26만 명이 아닌, 26명으로 시작하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모험에 직접 뛰어들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네, 이곳이 여러분들의, 그리고 우리들의 버스점프 포인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