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의 ixi 담당 최수영입니다. 지스타가 시작됐더군요. 코로나 이전만 해도 XR 게임을 만드는 회사들을 살피기 위해 직접 찾기도 했던 행사였는데... 그 사이 제가 게임에서 꽤나 멀어져 버렸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게임 쪽에서도 XR이 관심사에서 상당히 멀어진 것 같더군요. 이번 지스타 부대행사로 열리는 국제 게임 컨퍼런스 주제를 보면 여기저기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몰입', 심지어 '메타버스'를 이야기 해도 이를 XR의 관점에서 보진 않는 것 같더군요. 놀랍게도(!) '피코'가 부스를 내지도 않았고 '소니'의 PSVR2나 '메타'의 퀘스트 프로가 소개되지도 않는 것 같더군요. 만약 피키 블라인더스 VR이나, 호라이즌 콜 오브 마운틴이 공개된다거나 했다면 저도 부산행 열차에 탑승했을지도 모르는데요)
사실 제게 올해는 '이머시브 연극 집중 탐구의 해'였는데요. 그 이유는 가장 매혹적인 XR 스토리 경험이 바로 이머시브 연극을 닮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드린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부하다 보니 반드시 XR 관점이 아니더라도 이머시브 연극에 매료되고 이 경험을 대중들에게 더 알리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XR 활용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도) 지난 호에 이어 오늘 소개드리는 프로젝트들도 그런 분들의 결과물인데요. 열심히 쫓아 다닌다고 했는데도 일일이 제가 다 직접 확인하는 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원래부터 그랬지만 이곳 ixi에서 소개하는 작품들, 특히 뉴스레터를 통해 알리는 작품들은 제가 직접 경험한 후의 리뷰라기보다는 제가 관심을 가진 위시리스트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위시리스트 중 저도 놓치는 게 많은데 이 위시리스트에 관심이 생긴 분들이라면 직접 보신 감상을 저희와 공유해주시고 동시에 여러분의 위시리스트를 소개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디스코드.... 언제나 열려 있는 거 아시죠? 작품 소개 및 감상 공유를 위한 별도 채널도 하나 만들어 봤으니 편하게 들어오셔요.
이머시브 리터러쳐 : 계산서 (12/1~3, 서울)
'이머시브 리터러처'라는 표현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제작사인 '팀 신여성'이 직접 고안해 낸 용어라고 하더군요. '퍼포먼스, 액팅, 미디어아트, 사운드 등 다양한 표현매체를 동원하여 문학작품을 오감으로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든 콘텐츠'라구요. 이선희 작가의 소설 '계산서'를 이머시브 리터러처 포맷으로 옮겼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머시브 한 지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총 3회차 공연 중 이미 2회차는 매진되었더군요
극단 푸른하늘의 <이머시브 씨어터 : 카지노>는 올해 6월 첫 선을 보였고 저도 관심을 가졌지만 놓쳤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12월 크리스마스 에디션으로 다시 시작하더군요. 무대를 카지노로 만들고 관객들이 직접 플레이를 하고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겠거니 예상은 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관객 경험이 가능할 지 직접 겪어봐야 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당 대략 80명 정도의 관객이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은데 이 정도 규모에 어느 정도의 자유도가 부여될 수 있을 지도 궁금합니다.
스포트라이트는 서태지 관련 컨텐츠를 주로 기획해 온 음반/공연 기획사라고 합니다. 이 회사가 준비하는 이머시브 뮤지컬 '룰렛'은 이번에 초연을 하는 게 아니고 오픈 워크샵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정식 공연이 아닌 일종의 준비과정, 베타버젼이라는 뜻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격도 무료인데 이미 두 회차가 모두 매진된 상태입니다.
제목만 봤을 때는 앞서 소개드린 '카지노'와 비슷한 컨셉인건가 싶었는데 네이버 웹툰 '오민혁 단편선'에 수록됐던 동명의 에피소드를 원작으로 했다고 하더군요. 원작이 공개되어 있고 길지 않아서 훑어봤는데 이걸 어떻게 뮤지컬로? 이걸 어떻게 이머시브로?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조롭게 공연이 완성되어 공개될 때 직접 확인 해보고 싶네요.
인육으로 만든 파이를 파는 가게를 배경으로 하는(이 정도는 스포일러 아니죠?) <스위니 토드> 공연을 실제 파이 가게에서 한다는 뉴스(2014년 영국, 그리고 2017~18년 미국에서 이렇게 공연이 열려 큰 화제를 모았답니다)를 봤을 때 이건 한국에서 누가 시도하려나 했었습니다. 아쉽게도 올해 12월부터 시작하는 <스위니 토드>도 실제 파이 가게에서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유사 이머시브 다이닝'을 준비했더군요. 그간 주로 홍콩영화를 테마로 하는 이머시브 다이닝을 추구해 왔던 몽중식과 제휴하여 극장에 '몽 드 샬롯'이라는 팝업 레스토랑을 만들고 스위니 토드 테마의 파인 다이닝을 제공하는 형태로요. 스위니토드와 파인 다이닝이 어떻게 매칭될지 의아하면서도 궁금하긴 한데 공연과 식사를 묶은 패키지 가격에 한 번 더 놀라긴 했습니다.
제게 직접적인 영감의 원천이 되어 준 해외의 VR 이머시브 연극들도 연말을 맞아 다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알렉스 쿨롬의 내한 덕분에 자주 소개하게 된 Agile Lens의 크리스마스 캐롤 VR 공연이 12월 16일과 18일(미국 시각 기준) 열립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클라우드 스트리밍을 활용해서 고해상도의 VR 그래픽을 별도의 설치없이 웹 XR 방식으로 구동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그 덕분에 해외에서도 접속이 가능하지만 트래픽이 불량할 수 있음을 사전 고지하고 있습니다. 언리얼 엔진 메타휴먼 수준의 그래픽을 VR에서 웹 XR 방식으로 제대로 제공할 수 있을 지 살짝 불안하긴 하지만 일단 저는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VR 이머시브 연극 중 SF 장르물로 <파인드 윌리>에도 큰 영향을 준 <에일리언 레스큐>도 10월부터 다시 공연이 열리고 있습니다. 현재 11월 19일, 12월 10일, 12월 11일 세 번의 공연이 더 남아 있는데요. 혹시 이 공연을 놓쳤던 분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도전해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Update] 피너츠 캐릭터 이머시브 경험 'All Systems Are Go' 런칭 발표
애니메이션 캐릭터 IP를 활용한 이머시브 전시/공연 소식도 여기저기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신비아파트 : 미디어 어드벤처랄 지, 포켓몬 미디어 전시 같은 형태가 국내에도 나와 있고 미국에서도 디즈니가 이머시브 전시 런칭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죠. 이와 유사한 사례로 '스누피'가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내년 봄 스누피 등 '피너츠'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라이브 이머시브 쇼 'All Systems Are Go'를 런칭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AR과 스마트폰을 통해 피너츠 캐릭터들과 상호작용 할 수 있다는데요, 유사 홀로그램 공연의 형태인지 '포켓몬 고' 형태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구현하는 AR 어플리케이션 정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