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는 커다란 대형 컨테이너 건물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텅 빈 공간에 전시 프론트 하나만 덩그러니 있고, 전시 입장을 도와주는 안내 스태프가 마치 우주인 시험을 보러 온 사람을 맞이하듯이 친절하지만 기계적인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하얀 테두리의 입구가 보이는데, 그 테두리의 빛이 너무 밝아서 저 너머의 공간이 보이지 않도록 해놓았습니다.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헤드셋 착용에서부터 XR을 체험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을 이해하기 쉬운 인포그래픽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줍니다. 역시 파이센터는 작은 디테일 하나도 꼼꼼이 챙기고 있구나! 그리고 천천히 빛의 문을 통과해서 들어갑니다.
빛의 문을 통과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딘가로 옮겨 갑니다. (사실은 엘리베이터가 아니지만 문 틈새에 LED 라이트를 점멸하도록 배치해서 마치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이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 줍니다.) 마침내 문이 열리면 우주 정거장으로 향하는 우주인이 된 것처럼 도열해서 헤드셋을 하나씩 쓰게 됩니다. 헤드셋은 우주선 탑승을 위해 준비된 어떤 시스템의 일부처럼 자동으로 캡슐에 담긴 모습으로 도열해 있습니다. 관객이 그 앞에 서면 자동으로 캡슐이 열리고, 우주복 헬멧을 쓰듯이 하나씩 잡아서 착용하게 됩니다. 일일이 스텝들이 도와주지 않습니다. 이미 우주선에 오르기 전에 영상으로 교육을 받은 데다가, 쓰기 좋도록 잘 준비되어 있었거든요. 그렇죠. 우주인이 자기 복장 하나 정도는 스스로 챙기는 것이 맞죠. 헤드셋을 착용하고 나면 선임처럼 보이는 스탭이 헤드셋 앞에 붙어 있는 QR을 하나씩 스캔합니다. 신기하게도 스캔을 마친 관객은 헤드셋 안에서 그 형체가 드러납니다. 서로의 위치를 아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죠. 거기서 처음 만난 관객들은 가슴에 푸른 빛이 빛나고, 저와 함께 온 동료는 금빛을 품게 됩니다. 서로의 위치와 형체는 매우 정확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우리는 우주인이 된 듯한 시야를 확보하게 됩니다.
그리고서는 우주로 걸어들어갈 것을 명령받습니다. 검은 공간에 작은 빛으로 안내된 허공의 길을 따라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깁니다. 약간은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앞 사람을 살짝 만져보면 시스템 오류로 다른 사람과 부딪힐 일은 없겠다 싶을 정도로 정확하네요. 눈으로 보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게 빛을 따라 걸어들어가다보면 붉은 색 문이 나옵니다. 그 문을 지나치자 세상에! 거대한 우주 정거장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함께 우주로 나온 수십명의 관객들은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지릅니다. 우리는 우주 정거장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뿌려진 영상 구슬을 손으로 터치하면 펠릭스 앤 폴이 만든 짧은 영상들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아아.. 이것은 실제 우주 정거장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마주친 우주인을 만나 인터뷰를 듣는 느낌입니다.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환호와 탄성, 잡담, 서로의 느낌을 바로바로 전달하고자 재잘대는 이야기 소리. 저와 함께 전시를 본 동료의 위치도 보이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은... 진짜다!
그렇게 우주 정거장을 걸어다니다가 빛의 길을 따라서 다른 문으로 들어가도록 안내를 받습니다. 그 문으로 들어가면 저 멀리 좌석 부스들이 보입니다. 약 40개의 좌석 중에 한 자리가 저에게 배정된 자리입니다. 그 쪽에 가서 앉게 됩니다. 물론 헤드셋은 계속 착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른 자리는 앉지 못하도록 되어 있네요. 관객들은 각자의 자리에 하나둘씩 들어와 앉습니다. 역시 공간도 정확하게 스캔되어 있어서 매우 안정감을 줍니다. 자리에 앉으면 우주 정거장 밖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우주인들의 모습과 저 멀리 지구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구 테두리에서 밝게 해가 뜨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황홀한 한 시간의 경험이 끝나고 나면 헤드셋을 벗어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게 됩니다. 컨베이어 벨트는 하나씩 하나씩 헤드셋을 수거합니다. 아마 눈에 보이지 않는 저편에서는 헤드셋을 소독하고 재정비해서 다시 캡슐 안에 들어가도록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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