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가요? 우리가 알던 기후로 되돌아가는 건 이제 영영 불가능해진 건 아닐까 싶은 오늘, ixi를 맡은 최수영입니다.
기후 뿐 아니라, XR 산업 역시 새로운 균형점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점점 더 강하게 받고 있는데요. 하반기 새로운 균형점에 대한 모색을 본격적으로 하기에 앞서 올해 상반기 제가 개인적으로 담고 있었던 키워드들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ixi를 꾸준히 읽어주셨던 분들이라면 오해하실 리 없겠지만, 혹시 몰라서 아래 내용들은 제 개인적 견해일 뿐, ixi를 발행하는 기어이의 공식견해와는 무관함을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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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축 경험 : 메타버스 경험의 본질적 차별화 요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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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에 대해, XR에 대해, 혹은 차세대 인터넷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생겼을 때 제가 가장 먼저 꺼내는 단어는 '6축 경험'입니다. (6축 경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과거 ixi의 글을 참조하여 주십시오) 사실 좀 더 쉬운 표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6축 경험이라는 말은 평소에 거의 쓰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이 만큼 메타버스 경험의 본질적 차별성을 드러내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 경험이 기존 온라인 경험과 뭔가 다르다면 그건 6축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인류는 물리적 현실 경험을 제외한 어디에서도 6축 경험을 할 수 없었습니다. (6축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미디어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6축 경험이란 바로 '물리적 현실'의 경험적 우위를 입증하는 개념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물리적 현실이 아닌 공간에서도 6축 경험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온라인에서의 경험이 물리적 현실 경험과 동일선상에 오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메타버스가 '혁명적'일 수 있는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놀랍게도 메타버스 신드롬 기간 동안 메타버스라 언급된 대부분의 경험이 6축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메타버스, 그거 해보니 별 거 없던데' 할 때, 저는 늘 '네, 그건 메타버스가 아니니까요'라고 답하곤 했습니다. 인류는 2차원을 통해 3차원을 상상해내는 능력을 오랜 시간 훈련해왔습니다. 따라서 3축 경험을 통해 6축 경험을 상상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6축 경험을 상상할 수 있다고 해서 3축 경험이 6축 경험이 되는 건 아닙니다. 저는 이 혼동과 착각이 90년대 중반 사람들이 '인터넷'을 바라보던 시각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다들 직접 깨닫게 되겠지만... 여전히 그게 언제쯤일지는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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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저는 '메타버스' 보다는 '멀티버스'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쓰려고 했습니다. 스파이더맨과 닥터 스트레인지로부터 영감을 받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제가 이 단어를 본격적으로 쓰게된 건 우연히 이 단어를 '멀티미디어'와 붙여 본 다음부터입니다. 저는 메타버스, 혹은 XR 역시 또 하나의 미디어 환경(또는 미디어 인터페이스)이라 생각합니다. 바로 6축 경험이 가능한 3차원 미디어 환경이죠.
인간이 점점 더 많은 2차원 미디어 기기들을 사용하면서 '멀티미디어' 시대가 되었다면, 3차원 미디어 환경을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하면 그건 '멀티버스'의 시대를 향해 간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차원으로 경험하는 미디어 환경은 그 자체로 물리적 현실과 동일한 경험값을 갖기 때문에 또 하나의 세계(유니버스)라 부를 수 있으니까요. 결국 3차원 미디어 환경이 일반화된 세상이란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멀티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마치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에 나왔던 '아메리카 차베즈'처럼요. 우리 모두가 '아메리카 차베즈'가 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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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몰입이라는 단어는 처음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였지만, 어느샌가부터 긍정적인 용어로 탈바꿈했습니다. 아예 '과몰입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죠. 흔히 MZ세대의 특징으로 묘사되는 '과몰입 성향'에 대해 들으면서 저는 이게 '멀티미디어'에서 '멀티버스'로의 전환을 수용할 수 있는 소비자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과몰입러라 불리는 소비자들이 실제 현실과 허구적 현실을 '혼동'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두 현실을 철저하게 분리한다는 점, 그러면서 동시에 두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멀티미디어 시대의 사람들은 '하나의 원본 현실(물리적 현실)'과 다수의 미디어 현실을 구분하고 은연 중에 '원본 현실'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부여합니다. 하지만 멀티버스 시대의 사람들은 '복수의 현실들'을 동등하게 대할 수 있죠.
저는 메타버스를 둘러싼 최근의 윤리적 이슈들, 이를 테면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을 처벌할 수 있는가'하는 논의야말로 지극히 멀티미디어적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현실이 똑같은 가치를 갖는 각각의 현실이라 전제한다면, 이런 질문 자체가 성립될 수 없죠. 그건 그냥 '성희롱을 처벌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되어버리니까요. 결국 과몰입러들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과몰입러들이 바로 메타버스 시대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저는 그렇게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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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감 : 멀티버스 경험을 특별하게 만드는 가치요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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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감'이 저의 새로운 화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한달 전 ixi를 통해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생각은 시간이 갈 수록 옅어지지 않고 오히려 확고해지고 있습니다. 6축 경험, 그리고 이를 통해 가능하게 된 멀티버스 환경, 그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과몰입러들. 이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다고 해도 그 안에서 뭔가 특별한 감각, 지난 번 제가 '친밀감(Intimacy)'라 표현했던 감각을 생성해내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점점 더 듭니다.
이 '친밀감'이라는 경험이 어찌보면 종교에서 말하는 '영적 체험'과 비슷한 것이기도 해서 이를 좀 더 객관화시켜 표현할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고 있는데요. 분명한 건 메타버스가, XR이, 3차원 온라인 경험이 뭔가 특별하다고 믿게 된 사람 중에는 바로 이러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냥 '재미'나 '감동'으로 표현하면 안되냐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게 뭔가 다르더라구요. 직접 몸이 개입된 경험이라서요. 흔히 말하는 머리(뇌)나 가슴(심장)으로부터 오는 것 뿐 아니라, 피부나 손끝에서 더 확실하게 남는 경험이거든요. 아마도 이 키워드는 하반기에도 내년에도 좀 더 품고 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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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포스트 메타 시대 전망 (by 밍치 궈, 6/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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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 산업의 새로운 균형점(뉴노멀)을 언급한다는 건 현실적으로는 '앞으로도 메타(구 페이스북, 혹은 오큘러스)의 시대는 계속될까'에 대한 의문이기도 합니다.
애플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항상 딸려나오는 이름, 대만의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 밍치 궈(Ming-Chi Kuo)가 지난 6월 24일 이 이슈를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제목은 '포스트 메타 시대, VR/헤드셋 산업의 새로운 성장'. 저는 보고서 전문을 보진 못하고 밍치 궈가 직접 미디엄에 올린 요약문을 보게 되었는데요. 이를 간략히 번역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지난 2~3년 간 메타는 손실을 감수한 공격적 투자를 통해 VR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켰음. 하지만 메타는 핵심 사업영역인 광고 및 소셜 플랫폼 부문의 구조적 위기(아이폰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경 등)로 인해 VR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 시작했음.
2. 게임 및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VR에 대한 수요는 이미 입증됐기에, 메타의 투자 축소는 산업 전체의 지속적 성장 추세를 방해하지 않을 것. 특히 잠재력 높은 중국 시장의 성장세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
3. 따라서 메타의 투자 축소는 VR 헤드셋 분야의 경쟁사에게 기회요인이 됨.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피코, HTC 등이 수혜를 입게 될 것.
4. 하지만 애플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 애플은 2023년 1월 AR/MR 기기를 발표할 것이며, 확실한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 것임. 그리고 글로벌 경쟁자들은 이를 모방하려고 할 것이며, 이는 헤드셋 사업을 다음 단계로 도약하게 할 것이며, 서비스 및 콘텐츠 생태계의 성장에도 도움을 줄 것
역시 애플 전문가(인지 지지자인지 모르겠지만) 다운 입장입니다. 애플이 메타의 뒤를 이어 XR 산업을 이끄는 리더가 될 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메타가 시장 지배적인 위치에서 서서히(라기보다는 사실 좀 급격하게) 내려오고 있다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어쨌든 메타버스 신드롬 이후, 그리고 메타 이후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준비하는 하반기가 되어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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