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토요일 밤, 기어이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참가를 자축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오프라인 파티를 열었답니다. 이름하여 '기어이 열대야 파티'! '어색하면 어떡하지'라는 저희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이날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즐겨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그 중 'ixi 잘 보고 있다'는 말을 잊지 않아 주신 분들께는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그 한 마디가,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이 정말로 힘이 됩니다.
파티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오늘 전해 드릴 이야기는 지난 주 뉴스레터 때 소개드린 밍치 궈의 '포스트 메타 시대 전망'에 대한 The Ghost Howls의 응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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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헤드셋이 VR을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에 대한 의문
My doubts about the Apple headset and mainstream V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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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XR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담긴 글을 쓰는 쪽이라 이곳에서 다소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이 예상되는 제목의 글을 썼다는 게 의아했고 그래서 더 궁금해졌는데요. 막상 읽고 나니 수긍이 가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그 글을 짧게 정리해 소개드립니다. 의역을 한 부분도 많으니 관심이 생기셨다면 직접 원문을 읽어 봐 주시길 추천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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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초 애플이 출시할 거라는(공식 발표된 적은 없음) 기기가 이머시브 경험의 진짜 가능성을 보여주고 마침내 VR을 주류 시장으로 바꾸어 놓을 거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가는 듯 하다. 하지만 그걸 나는 의심한다.
1) 애플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것과 그 시장이 메인스트림이 되는 건 다르다
- 다들 스마트폰 업계의 ‘아이폰 모멘트’를 이야기한다. 근데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 사람들은 이미 핸드폰을 쓰고 있었다. 애플은 ‘이봐, 우리가 더 멋진 핸드폰을 만들었지, 우리가 그걸 아예 컴퓨터로 만들어버렸지 뭐얌’이라고만 하면 됐다. 하지만 XR은 그렇지 않다. 아직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그걸 사용하고 있지 않다. 물론 주커버그 덕분에 그게 뭔지는 다 알게 되었다. 하지만 게임을 제외하고는 그걸 어디에 쓸 지 아직 모르기에 사지 않는 것이다.
- 물론 애플 자체가 시장을 창조해낼 수도 있다. 그럴 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스마트폰 때처럼 (기기를 출시하는 즉시) 당장 메인스트림이 되기는 어렵다. .
- 애플은 언제나 기존 시장을 혁신한 다음 그 분야를 장악한다. 하지만 애플이 장악한다고 그 분야가 반드시 대중적이 되는 건 아니다. 스마트 워치가 대표적이다. 테크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이제 애플 워치를 찬다. 하지만 테크 분야가 아닌 사람들은? 그들은 여전히 일반 시계를 찬다. 애플 TV? 이탈리아에서 이걸 본다는 친구를 못 봤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플이 내세우는 ‘기술 혁신’에 관심 없다. 애플이 낼 기기가 ‘스탠드얼론 바르요’ 수준이라고 한들(이건 XR 업계 관계자에겐 엄청난 일일 테지만) 바르요가 PCVR 시장의 메인스트림도 아닐 뿐더러 사람들은 그에 관심이 없다. 더 빠른 프로세서? 더 좋은 디스플레이 화질? 더 많은 카메라? 더 훌륭한 센싱 능력? 사람들은 관심 없다. 사람들을 관심 갖게 만들 유일한 수단은 ‘Use Case’, 그리고 ‘사용성’이다. 그런데 애플이 XR 기기와 관련하여 이에 대한 언급을 한 걸 들은 적이 없다.
- 애플 제품들은 전통적으로 ‘전문 창작자’들에게 어필해왔다. 3D 모델링이나 스케치 작업을 해야하는 전문가들, 새로운 주방 인테리어를 제안하거나, 새로운 상점 디자인을 선보여야 하는 전문가들이 애플의 XR 기기를 선택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엘리트’들을 위한 디바이스가 되는 것이다. (애플 PC나 애플 노트북이 걸어간 길이기도 하다)
2) 애플 자체가 XR이 메인스트림이 될 거라고 믿고 있지 않는 것 같다
- 애플은 ‘자기과시욕’이 높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브랜드다. 근데 ‘XR 헤드셋’은 자기과시욕이 높은 사람들에게 매력적d이기 어렵다. 가격도 마찬가지다. 3000달러라는 금액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수용 가능할 지 모르나 이탈리아에서는 쉽지 않은 금액이다. 게다가 애플은 다른 애플 제품들하고만 호환된다. 만약 퀘스트 라이브러리에 게임이 50개 깔려있다면 이걸 다 버리고 애플로 넘어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기존 애플 팬들에게는 셀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 사실 애플 그 자체가 이 기기를 메인스트림화하는데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약 100~200만대 정도의 판매치를 기대하는 것 같다. 유니티 대표 존 리치티엘로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5년 내 XR 기기가 메인스트림이 되긴 어렵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유니티 대표 마저 보지 못하고 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다.
3) 문제는 애플이 모든 걸 해주길 바라는 우리의 태도다
- 과거에도 ‘이게 XR을 메인스트림으로 이끌거야’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봤다. (구글) 카드보드, 매직립, 오큘러스 고,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하프라이프:알릭스, 퀘스트 등등. 그 모든 순간이 ‘폭발’에 이르진 못했지만 그때마다 나름의 진보를 이루어 내긴 했다. 아마도 애플도 그러할 것이다. 애플이 폭발을 이끌어내진 못하더라도 애플의 XR 시장 진입은 분명 XR을 진일보 시킬 것이다.
- 아마도 주커버그가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그리고 회사를 아예 메타로 바꾸면서 했던 기여를 애플이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기술적 혁신, 후발 브랜드의 참여, 그리고 Use Case를 발견해 낼 지 모르는 새로운 사용자 유입… XR 생태계에는 긍정적인 일이다.
- 그렇기에 진짜 우려스러운 것은 모든 사람이 시장의 구원자로 애플을 기다리고 있는 이 업계의 분위기이다. 아이폰이 모바일 폰 분야를 혁신했을 때, 모바일 폰 분야의 사람들은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애플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XR 업계 사람들이 손놓고 애플만을 바라보는 것 같다. “10년 동안 XR 분야에서 이것저것 해봤는데 안 됐어. 하지만 애플은 다르겠지?"라는 태도인 것이다. 애플이 실패한다면? 그때는 문 닫고 NFT나 팔 것인가? 메타의 모든 행보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메타는 XR 시장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해 줘야 한다.
- 게다가 애플은 언제나 자신만의 성벽을 쌓는 회사였다. 이 회사는 업계 표준이라는 걸 따른 적이 없고, 현재 OpenXR에 합류하지 않은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 회사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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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대한 관점은 확실히 서양과 이곳 사이에 온도차가 있는 것 같아서 '애플이 모든 걸 구원하리라'는 분위기를 이곳에서 직접적으로 체감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플'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자리에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다른 브랜드를 넣는다면 이 상황이 그리 낯선 것도 아닙니다. 우리들은,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여전히 주변 상황이나 다른 기업의 움직임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비전'을 따라 최선을 다해 나아가고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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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We Met in Virtual Reality, HBO Max 방영(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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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우왁굳의 왁타버스와 '이세돌'이 VRC(VR챗) 문화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면, 서양에서는 어쩌면 이 작품이 그렇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VR챗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90분 짜리 다큐멘터리로 담아낸 이 작품 'We Met in Virtual Reality'는 작년 12월 ixi 뉴스레터에서 예고편을 처음 소개드린 바 있었죠. 올해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뒤 여러 영화제에 초청된 이 작품이 오는 7월 27일부터 'HBO Max 오리지널'로 유통된다고 합니다.
이 작품이 상반기 중 국내 영화제에 소개되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불발되서 아쉬웠는데요 HBO Max가 국내 유통되고 있지는 않지만 HBO 작품들을 수급하는 데 나름 적극적이었던 웨이브나 왓챠 같은 곳이 이 작품을 국내에 소개해 줄 날이 머지않아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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