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의 ixi 담당 최수영입니다. 이번 부천 비욘드 리얼리티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문준용 작가의 '별을 쫓는 그림자들'이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에 사용된 기술, 그러니까 베이스 스테이션과 바이브 트래커로 이루어진 아웃사이드-인 트래킹과 프로젝션 매핑의 결합이 그다지 새롭지도 않고 심지어 곧 도태될 거라고 생각했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2019년에도 작가의 전작을 봤었던 지라 비슷한 컨셉이 반복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 고수는 장비탓을 하지 않는다... 딱 그 말에 어울리는 작품이었습니다. '와, 신기해!'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이 작품은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전달하더군요. 이야기 경험을 전달하는 입장에서 이 작품에 쓰인 기술은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말 그대로 '적정기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람자 입장에서도, 창작자 입장에서도요. |
요즘 저희들은 VR챗을 활용한 이머시브 연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들 역시 창작자 입장, 참여자 입장에서 적정한 기술이 어느 수준인가 고민하게 됩니다. 이야기 경험을 전달하는 데 있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수준은 어디일지, 또 그 경험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적정한 수준이 어디일지에 대해서요.
그 중에서도 VR챗이라는 플랫폼 특성 상 특별히 고민했던 부분은 바로 '풀 바디 트래킹'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많은 VR 사용자들이 VR챗의 최대 장점 중 하나로 '풀 바디 트래킹'을 지원하는 것을 꼽습니다. VR 기기의 주도권이 퀘스트로 대표되는 스탠드 얼론 기기로 넘어감에 따라 사실 몸 전체를 활용해야 하는 VR 경험의 수는 줄어드는 추세죠. 퀘스트가 제공하는 편의성과 저렴함이라는 장점이 기존 풀 바디 트래킹 경험에서 얻는 효능보다 좀 더 크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희들 역시 퀘스트의 편의성에 손을 들어주기로 하고 풀 바디 트래킹은 잠시 뒤로 미뤄두기로 했습니다만, 부천에서의 경험, 그리고 최근 '풀 바디 트래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이 보임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다음 번에는 풀 바디 트래킹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추진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면서 풀 바디 트래킹과 관련된 최근 소식들을 한번 정리해 드립니다. |
이미 소셜VR 유저의 40%가 풀 트래킹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
VR챗 관련 다양한 소식들이 올라오는 커뮤니티 '아카라이브'에서 지난 4월 국내 소셜VR 사용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주로 하드코어 유저들이 답변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전체 사용자의 성향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결과 중 응답자의 40%가 이미 풀 (바디) 트래킹 환경을 구비하고 있다는 결과는 살짝 충격적이었습니다. 어쩌면 풀 바디 트래킹에 대한 수요층이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걸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가 모션캡쳐 기술사 로코코 일렉트로닉스의 지분 2.41%를 약 26억 원에 취득했다는 뉴스도 때마침 나왔습니다. 엄밀히 말해 전통적인 모션캡쳐 시장과 풀 바디 트래킹 시장은 서로 다른 시장입니다. 모션캡쳐는 주로 비실시간 렌더링을 활용한 3D 애니메이션에 쓰이는 기술로 수억 원 대의 광학식 시설, 또는 수천만원 대의 자기식 수트를 써서 아주 정교한 동작을 담아내는 데 쓰입니다. 품질은 좋지만 일반인들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영역이 아닙니다. 로코코는 이렇게 범접하기 어렵던 모션캡쳐 기술을 일반인이 접근 가능한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로코코를 통해 3D 애니메이션 제작에 쓰던 기술을 실시간 풀 바디 트래킹에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거죠.
제페토는 이전까지 앞서 언급한 고가의 모션캡쳐 기술을 활용한 아바타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왔었는데요. 그런 제페토가 이런 저가형 모션캡쳐 기술에 투자를 했다는 게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역시 일반 사용자들, 그리고 실시간 모션캡쳐(풀 바디 트래킹)에 대한 수요가 느껴져서 였을까요? |
툰드라 랩스는 현재 풀 바디 트래킹의 대세인 바이브 트래커 보다 더 콤팩트하고 저렴한 트래커를 제공해서 화제를 모은 회사입니다. 불과 며칠 전 이 회사에서 트래커 3개, 혹은 4개로 이루어진 번들 상품을 정식 출시했고 바로 어제 VR챗과 정식으로 제휴한 트래커 스트랩도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트래커 4개에 약 50만원 정도 하는 툰드라 제품은 발매와 동시에 품절되었습니다. 이 정도 가격대로 풀 바디 트래킹 장비를 직접 구축하려고 하는 수요가 이미 상당히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입니다. |
버추얼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올인원 서비스를 추구하는 한국회사 '필더세임'의 멜리고 |
그렇기에 풀 바디 트래킹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올인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회사가 등장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필더세임'은 바이브 트래커에 기반한 풀 바디 트래킹, 그리고 얼굴 표정 트래킹 및 손가락 트래킹까지 창작자들이 원하는 트래킹을 한꺼번에 제공해주는 서비스 '멜리고(Meligo)'를 7월 7일 출시했습니다.
필더세임은 정식 서비스 출시 직전, 성우 서유리가 설립한 버추얼 캐릭터 회사 '로나 유니버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더군요. 확실히 풀 바디 트래킹은 소수만 사용하는 엘리트 기술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 기술로 변모해 가는 느낌입니다. 머지 않아 풀 바디 트래킹이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뉴스] 다크필드 3부작 (LG아트센터, 7/11 예매오픈) |
역삼동에 있던 LG아트센터가 마곡으로 옮겨간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그곳에서 개관기념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큰 관심을 두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막연하게 고급지고 전통적인 무언가를 하겠지 정도였죠. 그래서 얼마 전 공개된 개관 프로그램 중 '다크필드 3부작'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조금 놀랬더랬습니다.
다크필드 시리즈는 최근 몇 년 간 각종 이머시브 페스티벌에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도 작년 우란문화재단을 통해 소개됐었는데 순식간에 매진되어 놓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LG아트센터에 이 작품이 들어오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냥 제 스스로 이머시브 작품이 들어갈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선긋기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반성하게 됐습니다.
이머시브 작품들이 좀 더 메인스트림의 관심권에 들어서고 있다는 또 하나의 사례이자, 이머시브 체험을 선호하는 팬들에게는 기꺼이 반길만한 소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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