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옛날 얘기를 하나 들려 드릴까 합니다. 때는 2005년. 제가 학교에서 듣던 한 수업에서 '머시니마(Machinima)'를 만들어 보라는 과제가 나왔었습니다. 물론 첨 들어보는 단어였습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요즘 게임 제작 툴을 활용해서 뮤직비디오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움직임이 서양에 있는데 그런 걸 해보라는 거였습니다.
그때 샘플로 보게 된 뮤직비디오가 바로 아래 'I Still Seeing Been'이었습니다. 당시 최신 게임이었던 '하프 라이프 2'를 활용해서 만든 뮤직비디오였고, 무려 MTV에 방영되었습니다. (당시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채널은 오직 TV 뿐이었죠. 유튜브도 아직 알려지기 전이었습니다) '하프 라이프' 말고도 사람들이 많이 활용하는 게임들이 있었는데 '심즈' 그리고 지금 언리얼 엔진이 된 당시 게임 '언리얼 토너먼트' 등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낸 결과물들은 놀라웠지만... 그걸 따라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다루기 쉽다고 했던 게 언리얼 토너먼트였는데 그마저도 저는 도무지 어떻게 다뤄야 할 지 몰라 쩔쩔 매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언리얼 토너먼트로 장난을 치는 정도였습니다. 그걸로 진지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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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하프 라이프 2 : VR M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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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7년이 흘렀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머시니마'라는 말을 그다지 쓰지 않지만, 게임을 제작하는 도구(게임엔진)을 활용해서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영화, 그리고 이머시브 콘텐츠를 만드는 건 이제 '장난'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공개된 '하프 라이프 2 VR MOD'는 무려 2004년에 나온 오리지널 콘텐츠를 VR 버젼으로 재탄생 시킨 콘텐츠입니다. 놀라운 건 이건 원작의 개발사인 밸브가 한 게 아니라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팬 메이드 콘텐츠, 혹은 MOD 콘텐츠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작품도 무료로 공개됐죠. 하지만 반응은 어마어마하게 뜨겁습니다.
아시다시피 여전히 현존하는 최고의 VR 콘텐츠를 꼽으라면 반드시 언급될 '알릭스' 역시 '하프 라이프' 세계관을 담은 작품입니다. 2004년의 에셋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VR MOD가 알릭스의 그래픽 수준을 따라잡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지만, 알릭스를 플레이했던 사람들이 모두 가지는 욕망, 즉 이 세계관을 VR로 더 경험하고 싶다는 것을 이 작품은 충족시켜 줍니다. 17년 만에 '하프 라이프 2'가 이렇게 돌아올 줄 누가 알았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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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실시간 순위권에 올라 있는 고멤가요제 최종 뮤직비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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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고멤가요제입니다. (ixi에서 다룬 고멤가요제 이전 이야기는 여기) 마침내 7편의 최종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2005년 당시 제가 했던 장난이 이제 이 정도 프로페셔널한 경지에 도달한 것인 아닐까 합니다. 이 작품들 모두 결국 '게임을 만드는 제작기술'을 가지고 뮤직비디오를 만든 셈이니 머시니마로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머시니마들은 공개와 동시에 무려 유튜브 실시간 차트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네. 그 실시간 차트요. 손흥민의 헤트트릭 영상과, 블랙핑크의 새로운 뮤직비디오와, 이영지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새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 순위에 오르는... 공개 하루만에 100만 뷰를 넘어버린 '그냥 살아!' 뮤직비디오는 아직도 트렌드 순위에 살아남아 있습니다. VR챗 콘텐츠가, 머시니마 콘텐츠가 이렇게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세상이 올 줄은 17년 전엔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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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플루리토피아 비엔날레(Pluritopia Biennale, 9/2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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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리토피아 비엔날레는 국립싱가포르예술위원회(NAC)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공동후원하는 한국과 싱가포르 아티스트들의 합작 페스티벌입니다. 이미 '오픈미디어아트페스티벌' 등을 통해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들에게 알려진 행사인데 저만 몰랐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게 흥미로웠던 부분은 9월 23일부터 28일까지 5일 간 매일 4명씩 총 20명의 아티스트들이 VRChat에서 버추얼 쇼케이스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VRC 안에서 어떤 쇼케이스가 열릴 지 궁금합니다. 현재 참여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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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iOii] NYU Cinema Study : Over the Real World(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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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기어이의 프로듀서들(김종민, 이혜원, 현민아)은 뉴욕대 박사과정 김다예님의 초청으로 뉴욕대 티쉬 스쿨 영화학과 학생들과의 온라인 대담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올해 성과를 낸 기어이의 오리지널 이머시브 프로젝트들, 즉 '이향정', '미싱픽쳐스', '웰컴 투 레스피트 한국어판' 그리고 '파인드 윌리'를 뉴욕대 학생들에게 소개할 수 있었는데요.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뜨거운 호응과 끊이지 않은 질문들로 후끈 달아올랐던 시간이었다는 후문입니다.
내년 트라이베카 페스티벌에서 기어이 프로듀서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고 한 학생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분의 꿈이 꼭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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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iOii] 미싱픽쳐스 Ep5 '오 데부', Crystal Owl® Awards 후보 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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