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도 불금 퇴근길과 함께 하게 생긴 ixi입니다. 무려 70년만에 영국 왕위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전세계 많은 분들이 최근 런던을 다녀 오셨더군요. 그 모습을 보다퍼뜩 '그러게, 나도 런던에 가봐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은 팬데믹 이전부터 '이제 다음 행선지는 런던'이라고 마음 속으로 쭉 생각해 왔었고 팬데믹이 끝나 다들 "이제 외국은 어딜 가고 싶어?"라고 묻는 지금 역시 저는 '런던'이라 답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에게 2020년대 런던은 '이머시브 엔터테인먼트의 성지'이기 때문입니다.
이머시브 성지 순례 목적으로 적당한 런던 방문 시점은 10월 말입니다. 바로 레인댄스 이머시브가 열리는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발표된 올해 레인댄스 이머시브 라인업은 조금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VR챗 기반 작품이 무려 21편이나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희도 지금 VR챗 기반 이머시브 연극을 만들고 있긴 하지만, <허수아비 VRC>, <파인딩 판도라 X> 및 <웰컴 투 레스피트>를 잇는 화제작이 올해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 위축됐었습니다. VR챗을 활용하려는 저희 시도가 한발 늦은 건가 싶기도 했었구요. 그런데 이게 뭔가요? 어디서 이렇게 많이들 제작하고 있었답니까! 그것도 앞선 메이져 이머시브 페스티벌인 트라이베카나 베니스에서 전혀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이 대거 포함된 채로요. VR챗 작품의 특성 상 반드시 런던 현지에서 작품을 볼 필요는 없긴 할텐데 이번 레인댄스가 어떻게 정책을 가져갈 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한국에서도 접근이 가능하게 된다면... 10말11초 밤마다 이곳을 기웃거리게 될 것 같습니다.
아! 참고로 이번 레인댄스 이머시브에는 한국 작품 <사물(Samul)>이 공식 선정되었습니다. <허수아비>를 제작했던 한예종 이승무 교수님과 박억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두 분 모두 ixi의 구독자이기도 하신데요. 축하드립니다. 런던 잘 다녀오셔요. 부럽습니다.
2000년대 이머시브 연극 트렌드의 출발점인 영국 극단 펀치드렁크의 대표작 '슬립 노 모어'는 영국에 없습니다. 초연을 런던에서 하긴 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고 결국 뉴욕에서 지금의 역사가 씌여졌죠. 그런 펀치드렁크가 '슬립 노 모어'를 넘어설, 런던에 길이 남길 공연으로 만든 것이 바로 올해 런칭한 '번트 시티(The Burnt City)'입니다. 국내에서도 이제 이 작품을 직접 관람하고 평을 남기는 분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아직 '슬립 노 모어'도 직접 경험한 적이 없긴 한데요. 런던에 간다면 이 공연부터 일단 예매해놓고 다른 일정을 짤 것 같습니다. (제 기준에서) 다행히도 이 공연은 내년까지 쭉 이어가는 것으로 결정되어 내년 티켓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내년 4월까지 예매가 가능합니다)
런던 이머시브 성지순례 일정에 포함시키고 싶은 또 한 곳은 올해 8월 오픈한 '팬텀 피크'입니다. 약 800평 규모의 이머시브 다이닝 플레이스이자 '이머시브 오픈 월드 어드벤처'라는 이곳은 여러모로 2018년 SXSW 기간 중 팝업으로 선보였던 '웨스트월드' 및 미국의 에버모어 파크, 그리고 디즈니월드의 '갤럭틱 스타크루저'를 연상시킵니다. 여러 명의 배우들이 관람객들과 한 공간에 머무르면서 이게 의도된 연극인지, 우발적인 해프닝인지 헷갈리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게끔 하는 경험이 예상된다는 측면에서요. 게다가 세계관은 무려 '스팀펑크'라니요. 스팀펑크 세계 속을 살아보는 경험을 이왕 런던에 간 이상 놓칠 수 있을까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시크릿시네마의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도 여전히 런던에서 하고 있으니 이것도 놓쳐서는 안될 일이고, 영화 <007> 시리즈와 <킹스맨> 시리즈로 대표되는 '스파이의 도시'로서의 런던을 체험할 수 있는 '시티 오브 스파이 익스피리언스'도 어떤 경험을 하게 해줄 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저는 아쉽게도 2022년 내에는 이러한 '이머시브의 성지 런던'을 방문할 기회를 잡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ixi의 구독자이신 님께서 이 기회를 혹시나 잡게 되신다면... 그 경험을 불쌍한 저에게 나눠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ixi를 위한 디스코드가 항상 열려 있다는 건 잘 아시죠?
[뉴스] 피코(PICO) 4 출시 발표
올해 말부터 2024년까지 느슨해졌던 XR 디바이스 업계를 바짝 긴장시킬 신제품들이 출시될 거라는 게 거의 기정사실화 된 상태인데요. 그 중 PICO(피코) 4가 정식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늘 새벽 공개된 영상을 본 감상을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10월에 발표될 메타 퀘스트 프로나 애플의 새로운 기기가 상당히 비싼 가격(100만원 이상)으로 나올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저 역시 피코도 메타 퀘스트 프로 같은 스펙에 그 수준의 가격대로 나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된 가격은 429유로였습니다. 그건 이게 퀘스트2의 확실한 대체제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거기에 퀘스트2를 쓰면서 사용자들이 느꼈을 아쉬움들을 하나 하나 짚어낸 개선사항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컬러 패스스루, 하반신 트래커, 비즈니스 모드에서 개인용 ID 비연동 등. 여기에 제가 올해 베니스에서 가장 궁금해 했던 작품 중 하나인 '피키 블라인더스 VR'이 피코 독점으로 출시된다고 하니... 아. 이건 못 참겠는데....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한국에서는 10월 4일 사전예약을 받는다고 하고 한국 출시 가격은 아직 미정인 듯 합니다.